^

커뮤니티

장학생 & 콘테스트 입상자 커뮤니티

제19회 일본체험 콘테스트 입상자 강정구 여행일지 6일차 - 가고시마 시 2017.02.28
첨부파일 01 : 20170217_173052_HDR.jpg
첨부파일 02 : 20170217_195031_HDR.jpg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본인은 "예...뭐... 사장 비슷한 겁니다, 네."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했지만)은 머리를 길게 기른 히피 풍의 남자였다. 숙박을 연장할 때, 그는 전날의 미인 스태프와 교대하면서 인수인계를 하는 중이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자체가 60년대의 히피 풍 인테리어로, 상당히 인상 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옛날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를 위시한 히피 문화, 비틀즈 등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게스트하우스야말로 취향에 딱 맞는 곳이었다. 사장(?)을 직접 만나니, 인테리어 컨셉에 대해 금방 이해되었다. 이야기를 나눠 본 것은 잠시 뿐이었지만, 나와는 제법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점심식사는 또 다시 라멘이었다. 길에서 여고생 두 명을 붙잡고 라멘 집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 보았다. 톤토로(豚とろ)라는 가게였는데, 정작 본인들은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사카 풍으로(손등으로 어깨를 치며 なんでやねん!) 핀잔을 주자, 여고생들도 까르르 웃어댔다. 그렇게 추천을 받아 먹게 된 라멘은, 구마모토와는 또 다른 풍미를 자랑했다.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텐가이텐과 닮았지만, 양질의 재료를 사용한 듯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한국 청년을 배웅한 뒤이신후루사토관데루쿠니신사가고시마 메르헨관역사자료센터 레이메이칸을 차례로 돌았다홍콩 친구가 가고시마 시내를 구경하고 싶어해 도보로 느긋하게 이동했다나는 통역 및 가이드가 되어 영어와 일본어로 쉴 새 없이 떠들어야 했다특히 우리가 마음에 들었던 곳은 레이메이칸이었다. (사진 1) 고대에서 현대까지가고시마의 모든 것을 망라한 박물관으로다양한 유물과 디오라마로 재현된 가고시마의 변천사는 남자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남자란 본디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장난감을 좋아하는 법이다.

 

저녁은 돌핀포트의 회전초밥 가게에서 먹기로 했다그런데 돌핀포트 앞 광장이 떠들썩했다그 날은 때마침 가고시마 라멘왕 결정전이라는큰 규모의 라멘 콘테스트 개최일이었다즉석에서 메뉴를 라멘으로 변경했다간이무대에서는 미니콘서트가 열리고 있었고사람들은 준비된 테이블 혹은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행복한 모습으로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 2) 가고시마의 온화한 기후는사람들에게는 은혜와도 같았다. 

 

홍콩 친구와 나는 각자 다른 라멘을 사서 나눠 먹기로 하고 잠시 헤어졌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적적했던 나는, 내 뒤에 서 있었던 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듣기로는, 라멘왕 결정전에서 우승해도 상금이나 부상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라멘왕 결정전 우승자로서 유명해지고, 1년간 매출이 보장되는 정도의 효과는 있다고 한다. 내가 말을 걸었던 세 사람은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었는데, 여자 두 명은 나와 동갑이었다. "어, 그럼 친구네!"라고 하니, "좋네요. 나이만 같으면 금방 친구가 되는구나."라는, 비꼬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미묘한 뉘앙스의 대답을 들었다. 오사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 하니, 과연 오사카라면서 웃었다. 나는 오사카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문화에 대해서는 생소했는데, 이번 일로 그 차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나는 오사카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

 

이윽고 홍콩 친구와 합류하여 라멘을 나눠 먹었다. 내가 고른 라멘은 커다란 챠슈가 잔뜩 들어있는 라멘으로, 맛 자체는 무난하게 괜찮은 편이었지만 챠슈가 듬뿍 들어있어서 포만감을 느끼기에 좋았다. 홍콩 친구가 골라 온 라멘은 특이하게도 소고기 챠슈로 만든 라멘이었는데, 가이드북에 의하면 돼지사골 뿐 아니라 소, 닭 등을 골고루 넣은 오리지널 레시피로 끓여 낸 육수라고 했다. 소고기의 맛과 어우러져 사골곰탕 같은, 그러나 좀 더 복잡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라멘 그릇을 비운 후, 홍콩 친구와 담배를 피며 라멘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홍콩 친구는, 이 대회는 불공평하다고 불평했다. 가게는 18곳이나 되는데, 그 라멘을 전부 먹어보고 비교한 뒤 투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이드북만 보고서 라멘을 고르고, 자기가 먹은 라멘에 투표하는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시스템 자체는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았다. 라멘 식권을 사면 투표용 토큰을 하나 받는데, 18곳의 라멘을 전부 먹으면 토큰을 18개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골고루 하나씩 투표하든, 한 곳에 몰아서 투표하든, 확실히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은 아니었다. 우리는 결국 투표를 하지 않고, 토큰은 각자 기념품으로 가지기로 합의했다.

 

이후 홍콩 친구를 따라 돈키호테에서 면세점 쇼핑을 했다. 나는 여행 일정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사실상 홍콩 친구 옆에서 선물용으로 적당한 물건을 추천하는 등, 어디까지나 가이드 역할에 머물렀다. 그 와중에 나도 술 한 병과 안주를 조금 샀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첫 날 만났던 미인 스태프가 혼자 책을 읽고 있었다. 홍콩 친구는 안주를 만들고, 나는 칵테일을 만들었다. 오사카에서 지냈을 때, 짧게나마 바텐더 일을 해 보았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미인 스태프는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만들어 낸 칵테일을 권해 보았다. 그녀는 맛있다며 미소 지었다. 만들기 쉬운 칵테일이기 때문에, 적은 노력으로 제법 체면치레를 했다.

 

인사를 나누고 홍콩 친구와 옥상으로 올라가 술을 마셨다. 다음 날 일찍 미야자키로 가야 했기 때문에, 적당히 마시고 내려와 잠들었다. 

이전글 제19회 일본체험 콘테스트 입상자 강정구 여행일지 7, 8일차 - 미야자키 타카치호
다음글 제19회 일본체험 콘테스트 입상자 강정구 여행일지 5일차 - 가고시마 시
비밀번호
이 게시물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