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일본체험 콘테스트 입상자 강정구 여행일지 3일차 - 아소산 | 2017.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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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카와 온천을 떠나는 버스에 오른 나는, 문득 무언가에 홀린 듯 아소 시에서 내렸다. 원래 구마모토 시로 돌아가 스이젠지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아소 시의 풍경이 아름다워 즉흥적으로 일정을 변경한 것이었다.
아소산으로 향하는 버스 시간까지는 꽤나 여유가 있어, 근처의 라멘 집으로 향했다. 메뉴를 둘러보니 말고기 챠슈 라멘이 눈에 띄었다. 챠슈의 식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국물이나 면도 평균 수준의 맛이었다. 다만 그것은 각각을 따로 놓고 보았을 때의 이야기이고, 말고기의 맛과 돼지사골 국물의 맛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 구마모토 현에서 먹을 수 있는 독특한 한 끼라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버스가 분화구까지 가는 도중의 화산 박물관에서 내려, 우선은 기념촬영을 했다. 눈이 잔뜩 쌓여있어,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라는 실감이 났다. (사진 1) 분화구에서는 연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사진 2) 버스는 1시간 뒤에 돌아오므로,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버스이므로 여유로운 관람을 할 수는 없었다. 빠르게 전시물을 훑은 뒤 3층의 영상관으로 향했다. 아소 칼데라 지형의 생성 원리와 큐슈 각지의 화산지형, 그리고 전 세계의 칼데라에 대한 소개가 약 15분 간 이어졌다.
특히 화산 활동의 양면성에 대한 소개가 인상 깊었다. 각종 화산석은 고대로부터 큐슈의 전통 건축에 활용되어 독특한 건축 양식을 만들어냈고, 온천과 화산지형은 현대에 이르러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화산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화산 활동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는, 자연에 대해 고찰해 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자연재해라면 태풍과 장마로 인한 홍수가 있을 것이고, 이 역시 큰 피해를 주는 재해인 반면 그로 인한 이득도 분명 있을 것이나,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다.
구마모토 시로 돌아가는 버스 역시 한참 기다려야 했다. 근처에 족욕탕이 있어 잠시 가 보려 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독특한 억양, 굴러가는 발음. 외국인이었다. (나 자신도 외국인이긴 하지만.) 구마모토로 가려는데 버스가 몇 시에 어디로 오는지 물어보기에, 어차피 나도 구마모토로 갈 예정이니 버스가 오면 알려주겠다고 하며, 가지고 있던 버스 시각표를 주었다. 그는 연신 감사를 표했다. 잠시 담배를 함께 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답례로(?) 나에게 계속해서 담배를 권했고, 헤비 스모커인 나는 그가 주는 대로 넙죽 넙죽 담배를 받아 물었다. 베트남에서 왔다는 그는, 어느 기업의 CEO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투자 관련해서 회담을 한 적도 있었다며,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기업 반열에 들지는 못 하지만, 나름대로 건실한 중견기업인 듯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죽이 잘 맞아, 버스가 올 때까지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며 이야기에 몰두했다.
구마모토 행 버스에서 내리면서 그와 연락처를 교환했다. 베트남에 올 일이 있다면 연락하라고 덧붙였다. 동생에게 이야기하니, "자네와 같은 직원" 실화냐면서 웃었다.
첫 날 묵었던 캡슐호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 다시 라멘 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이번에 추천 받은 라멘 집은 텐가이텐(天外天)이라는 가게였다. 상당히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전통 있는 가게라고 했다. 과연 캐주얼한 분위기였던 덴과는 달리, 겉보기로는 후줄근하고 자그마한 가게였다. 손님으로 꽉 차 있었지만, 운 좋게도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라멘의 맛은, 덴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마늘 기름은 들어가지 않았고, 순수하게 돼지사골 국물로만 승부하는 곳이었다. 입술이 끈적해 질 정도로 진한 국물, 탄력 있는 면발, 녹는 듯한 식감의 챠슈.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하나하나가 훌륭하고, 그것이 조화를 잘 이루어 낸 맛이었다. 무엇보다도, 면 추가(替玉)가 가능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캡슐호텔의 직원도, 덴보다는 텐가이텐이 좀 더 구마모토 전통의 맛이라고 평했다. 첫 날에는 시간이 늦어 이미 영업이 끝났을 것이라 추천을 못 했다고 했다. 납득이 되는 이유라 수긍했다.
캡슐룸은 여전히 쌀쌀했다. 나도 추위에 대비하여 타이즈와 긴 소매 상의를 받쳐입었다. 그럭저럭 춥지는 않은 정도로 나아졌다. 대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몸이 데워져 있는 동안 서둘러 잠을 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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